맛있는 커피를 일관성 있게, 거기에서 태어난 아이디어가 바로 ‘궁극의 환경 제어’ 이다.

Text – 이나라, 김한솔      Edit – 조영준

 


2017년, 브루어스컵과 바리스타 챔피언쉽이라는 큰 대회 두 가지를 하나의 주제로 관통하며 연달아 치르게 되었다. 바로 ‘궁극의 환경제어’가 그것이다. 이번에는 뉴질랜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을 준비하며 고민한 결과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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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궁극의 환경제어’라는 것이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아침 매장에서 샷을 맞추며, 추출시간이 40초가 넘어가는 에스프레소, 20초 미만인 에스프레소를 아깝다는 마음에 마셔보곤 하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에스프레소의 범위를 벗어나는 샷일지라도 맛있게 마신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변수가 어떤 영향을 주길래 이러한 변수가 생기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바리스타들은 모호한 경험적 정보가 아닌 하나하나 짚어가며 직접 대조군을 만들며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 알아보기도 하고, 스스로 설정한 평균 범위 안에 있는 샷을 만들어 내며, 그 맛 또한 설정한 평균범위 안에 들어가는 맛을 내기 위한 루틴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또, . 위스키나 와인의 경우 같은 병 안에 있는 음료의 품질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바텐더나 소믈리에가 한 번의 시음으로 비슷한 여러 잔을 손님들에게 서빙할 수 있다. 하지만 커피의 경우 매 잔마다 새로이 제조해 맛이 다르기 때문에 바리스타가 이 샷은 자신이 설정한 일정 범위 안에 있고, 그 경우 맛 역시 일정한 범위 내에 있어 자신있게 손님에게 서빙할 수 있다는 경험과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렇듯, 바리스타 라는 직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담대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직업일지도 모르겠다. 맛을 보지 않고 서빙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아이디어가, 바로 ‘궁극의 환경 제어’ 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는 일관성 있는 샷을 추출하기 위한 루틴으로써 포타필터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바스켓 내부의 커피 파우더를 균일한 밀도로 섞는 방법을 고안했다. 사실 ‘일관성’에 대한 루틴을 만들게 된 것은 2014년 뉴질랜드 바리스타 챔피언인 한나 테라모토(일본출신)가 WBC 본선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도 영향을 주었다. 당시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린 WBC에서 연습시간에 샷을 조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본선 셋업시간이 시작되자 주최측에서 더운 날씨로 인해 에어컨을 켰고, 그 바람이 그라인더 쪽으로 불어 커피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바람에 셋업시간에 샷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일화를 설명했었다. 비단 대회 뿐만이 아니라 모든 바리스타들이 공감할 이야기일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에서는 흐렸다가 갑자기 화창해 지거나, 덥다가 다시 비바람이 몰아치는 등 날씨의 변화가 매우 격하고, 또 자주 일어난다. 물론, 흐렸다가 맑아지면서 햇빛이 그라인더를 정면으로 비추게 되면 온도가 변하고, 그 즉시 샷은 틀어지곤 한다. 뉴질랜드의 맑은 하늘은 떄로는 바리스타들에게 시련이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2016 WBC 챔피언인 버그 우의 포타필터 쿨링 방식을 따라해 보았다. 이 방법을 적용해 보니 향이 강한 커피의 경우 이전보다 플레이버가 강조되는 느낌을 받았고, 이를 카페에서 손님에게 적용하고자 하여 1주일 정도 쿨링을 해서 직접 서빙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 사용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도출되었는데, 러쉬 타임에 포타필터를 얼음물에 식히다 보니 얼음이 점점 녹으면서 포타필터의 온도가 점점 상승한다는 단점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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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대회에서는 위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쿨링과 포타필터의 온도 유지를 위해 수비드를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했고, ‘ㄴ’ 자형 아크릴 물통을 제작해서 사용했다. ‘ㄴ’자형으로 만든 이유는, 온도를 제어하면서 원치 않는 다른 온도의 물체가 커피에 닿는 것을 막기 위해, 탬퍼도 물통 위에 올려놓아 일정한 온도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이 수비드 포타필터는 브루어스컵이 끝나고 바리스타 대회까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온도에 따른 TDS를 아직 측정해 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온도를 시험해 본 결과 포타필터 온도가 너무 낮을 경우 과소추출이 일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대회에서 사용한 커피는 커피리브레에서 구입한 ‘엘 디아만테’ 무산소 발효 커피로, 특징적인 시나몬향이 가장 잘 나오는 온도대역을 파악해 사용했다.
두 번째로 일관성 있는 샷을 위해 신경 썼던 부분은 바스켓 안에 커피 파우더를 균일하게 담는 것이다. 우리는 뉴질랜드 바리스타 대회 공식 그라인더인 말코닉 K30과 EK43 중에서 EK43 그라인더를 사용했는데, 샷을 맞추기 위한 커피 소모량이 적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물론, 대여가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EK43 그라인더는 그라인딩 시 한쪽으로 쏠려서 커피 파우더가 떨어지는 현상이 있어 고른 추출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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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작한 것이 바로 ‘버티컬 디스트리뷰터’이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칠침봉을 사용해서 바스켓 안의 커피 파우더 높이를 비교적 일정하게 맞추어 주고 이후 BT 디스트리뷰션 및 레벨링 툴을 사용해서 표면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었으나, 수비드 포타필터로 인해 복잡해진 동선을 간략화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칠침봉과 디스트리뷰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툴을 만들어야 루틴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고, 툴을 직접 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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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이 구현된 최초 시제품, 2016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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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위치를 바꾸어본 시제품, 2017년 7월 5일)

일반적인 디스트리뷰터가 탬퍼처럼 바스켓 안으로 들어가는데 비해, 칠침봉과 레벨링을 함께 수행하기 위해서 버티컬 디스트리뷰터는 바스켓 위쪽에 뚜껑을 닫는 것처럼 평면형태로 레벨링을 하게 된다. 평면 형태에 달려있는 침(한의원에서 침술에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 을 사용해 안쪽의 커피 파우더를 섞어준다. 이렇게 바스켓 위에 얹은 후 일반적인 디스트리뷰터와 같이 돌려주면, 바스켓 내부는 칠침봉을 사용한 효과가 나타나고, 표면은 상대적으로 평평해 진다. 한 가지 팁이라면, 커피 파우더가 바스켓 상단보다 조금 더 불룩하게 위로 솟아 있어야 살짝 눌리면서 평평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18그램 바스켓에 20그램을 넣는 것과 같은 오버도징에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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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컬 디스트리뷰터 사용후 바스켓 상단의 모습)

이 버티컬 디스트리뷰터를 대회전 2주 가량 실제 샵에서 사용을 해보고 문제점을 찾아 고치는 작업을 하였는데, OCD 디스트리뷰터와 병행해서 사용해 보니 상대적으로 균일한 샷이 만들어 지고, 채널링이 발생하는 빈도가 줄어들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TDS 측정을 해 본 결과 버티컬 디스트리뷰터의 TDS가 OCD에 비해 일관성이 있는 결과가 도출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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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EMA 98 2그룹 머신을 사용, 양 그룹과 포타필터를 번갈아 가면서 사용한 그룹당 4회 총 8회 데이터)

적은 표본으로 인해 통계학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지만, 버티컬 디스트리뷰터의 경우 8회의 측정치 중 가장 낮은 TDS와 가장 높은 TDS가 0.5의 차이를 보였고, OCD는 1.1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TDS 평균치는 버티컬 디스트리뷰터가 10.16, OCD가 9.36으로 평균적으로 OCD 보다는 버티컬 디스트리뷰터가 더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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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비드와 버티컬 디스트리뷰터 외에도, 보다 일관성 있는 그라인딩을 위해 액체질소를 이용해 커피를 쿨링했다. 액체질소를 이용한 그라인딩은 그라인더 날이 충분히 식어있다면 별도로 그라인딩 사이즈를 조절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균일하게 분쇄가 가능했는데, 이렇게 액체질소를 사용한 직접 쿨링은 하나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저울의 사용이 힘들어 진다는 점이다.
액체질소에 의한 커피 콩의 직접 냉각. 즉, 액체질소에 커피를 담그거나, 커피 위로 액체질소를 부을 경우, 저울 위에 올려놓으면 처음에는 급격히 무게가 늘어나 있다가 액체질소의 증발로 인해 무게가 줄게 되고, 이후 공기중의 습기가 차가운 원두에 닿아 얼면서 다시 약간의 무게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저울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회에서는 미리 원두의 무게를 측정하고, 그라인딩 이후에는 무게를 측정하지 않고 그대로 샷을 추출하였다. 하지만 EK43 내부 잔량으로 인해 매 샷마다 무게가 조금씩 달랐고, 따라서 추출 시간이 조금씩 다른 샷을 사용하게 되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비록 냉각에는 시간이 좀더 걸리겠지만, 금속 통 등의 캐니스터 안에 원두를 넣고 액체질소로 금속을 차갑게 식혀 간접적으로 원두의 온도를 낮추는 간접냉각 방식이 바리스타 챔피언쉽에는 보다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이상으로 우리가 2017년 뉴질랜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에서 시연했던 내용 중 테크니컬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심사위원들은 이번 시연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테크니컬 심판은 위에 언급한 내용으로 인해 양 그룹의 샷 시간이 달랐던 점을 지적했다. 또한, 버티컬 디스트리뷰터를 사용하면서 약간의 커피 파우더가 떨어지긴 했지만 다행히 큰 감점 요인은 되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동선이 매우 복잡했음에도 불구하고 테크니컬 점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큰 감점 없이 잘 끝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아쉬웠던 부분은 센서리 점수를 많이 받지 못한 것인데, 대회 중 커피의 양이 모자라 가장 좋은 배치의 커피를 최종 경연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점이 가장 아쉽다. 커피 자체는 다른 선수들의 게이샤 커피에 비해서도 맛에서 뒤떨어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우리 두 사람은 2018년 뉴질랜드 바리스타 대회를 위해 다시 한번 힘을 내서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연의 내용이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맛있는 커피를 일관성 있게 만드는 것이고, 더 노력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