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가 바뀌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언더카운터 브루잉 머신 세라핌은 어떨까?

Text & Image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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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밑으로 들어간 커피 머신

언더카운터 머신, 바 테이블 아래로 보일러 등의 큰 부분을 내리고 추출을 위한 최소한의 부분만을 바 위로 보여주는 커피머신이다. 멋진 디자인으로 어필을 하고 있지만 그 중심은 어쨌든 안정성과 정확성이다. 추출수의 온도는 여러 샷을 추출해도 안정적인지, 내가 원하는 만큼 정확한 유량으로 물을 뿜어 주는지. 브루잉, 에스프레소 머신을 가리지 않고 커피 추출을 위한 머신이라면 안정성과 정확도를 지니는 동시에 바 동선의 효율적인 운영에도 공헌해야 한다.

여기에 두 가지 고민이 더해진다. 첫 번째는 맛에 대한 고민이다. 언더카운터 머신은 보일러와 추출 헤드의 거리가 일반 머신보다 길다. 이는 기껏 내 커피에 맞게 설정한 온도가 헤드로 올라가면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음을 뜻한다. 그로 인해 의도했던 것 보다 맛이 덜 추출되는 상황도 있는데, 과연 이러한 상황에선 어떤 대책이 있을까? 두 번째는 가격에 대한 고민이다. 에스프레소 머신도, 브루잉 머신도 언더카운터 형태로 제작된 것들은 빠짐없이 해당 카테고리의 하이엔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용자로선 어느 요소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래저래 언더카운터 머신을 둘러싼 환경은 쉽지 않고, 그 답도 간단할 리 없다. 결국은 제 값을 하느냐, 로 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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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늘어놓고 세라핌을 살펴본다. 세라핌은 언더카운터 머신 중에서도 ‘브루잉’ 영역에 속한다. 미국의 커티스(대용량의 배치 브루어를 만드는 회사로 유명하다.)에서 개발된 이 낯선 기계는 온도, 주수 빈도를 비롯해 비교적 다양하게 레시피를 설정할 수 있다. 세라핌의 기능적 특징은 크게 아래와 같이 꼽아볼 수 있다.

  • 19리터의 대용량 보일러
  • 44개 까지 저장 가능한 레시피 메모리 기능
  • 12회 조절 가능한 주수 빈도(물 주입-멈춤)

하지만 이것이 언더카운터이기에 가능한 것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언더카운터 형태를 취했으며, 다른 머신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 것인가? 제조사인 커티스에서는 세라핌의 컨셉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세라핌은 바리스타와 고객 간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디자인 되었습니다. 불균일함 없이 오롯이 멋진 커피 한 잔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기계죠.
Designed to remove barriers between you and your customers, The Seraphim allows you to brew amazing coffee time after time without worry of inconsistencies.

우리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 자체를 재창조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단지 다시 생각하고 싶은 거죠.
We don’t want to reinvent the way that coffee is brewed, but we do want to reimagine it.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두 번째 문장이다. 재창조 Reinvient 가 아닌 다시 생각해 보기Reimagine. 여기에서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H. Sulivan)의 말-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Form ever follows Function 를 인용해 보자. 현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이념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문장이다. 기능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형태의 구성 요소는 구조적 또는 기능적 역할을 할 것. 언더카운터 머신은 인테리어 소품 이전에 ‘커피머신’ 으로서의 제 역할을 해야 하기에 이 문장을 적용하기에 적합하다. 조형에 방해가 되는 커다란 덩어리를 바 아래로 과감히 내린, 멋진 형태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기본기를 더 단단하게 다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라핌은 어떨까. 사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머신은 아니었다. 커티스는 사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만들어 왔던 ‘배치 브루 머신’ 을 늘 하던 대로 만든 것이다. 특별한 것이 아닌, G4 테크놀로지를 탑재한 다른 폼팩터의 머신들(소형 브루어 커티스 골드컵, 대형 브루어 제미니 등) 중 하나로 개발된 세라핌은 커티스의 다른 상업용 브루잉 머신과 같이 안정적인 성능을 보여주리라는 기대를 받으며 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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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세라핌은?

현실이 기대에 부응한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세라핌은 어떨까. 이 머신은 두 개의 그룹과 하나의 보일러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 보일러에서 헤드까지는 제법 길이가 있는 PVC 관으로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이런 구조에서는 그룹별로 물이 균일하게 나오지 않는 현상 – 즉, 유량차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과연 세라핌은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래서 실제 유량이 어떻게 나오는지 테스트를 해 보았다. 테스트는 커피볶는곰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오늘의 커피’ 레시피로 진행하였으며, 불림 후 두 번에 걸쳐 물을 부어주는 방식이다. 각 그룹별 10회를 반복하여 측정했으며, 물이 떨어지는 구간마다의 무게를 측정하여 누적으로 표기하였다. 순수 유량만을 측정하기 위해 커피 파우더는 넣지 않았으며, 옆으로 물이 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리오 V60 드리퍼를 사용해 물이 서버로 바로 모일 수 있도록 하여 무게를 측정하였다.

먼저 각 그룹별 기록을 확인해 보자. 1번 그룹과 2번 그룹 각각 테스트 한 결과이다.

각 그룹의 최저-최고 유량을 살펴보면, 1번 그룹은 최저 313g, 최고 323g 으로 약 10g의 오차를 보여주었다. 2번 그룹은 1번 그룹보다는 편차가 조금 더 발생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최저 303g, 최고 330.6g 이다. 최저점의 경우 두 그룹 모두 긴 유휴시간을 가졌던 첫 번째 추출에서 유량이 적게 나오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연속 추출이 들어갈 수록 안정적인 유량을 보여주었다.

두 그룹의 추출양으로 평균을 내 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초반 불림 단계에서는 약 10g 정도의 오차가 있었지만, 추출의 후반 단계로 갈 수록 그 편차가 좁혀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총 추출양에서는 평균 대비 약 ±7g 정도의 오차를 보였다. 이 정도라면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 허용치 안에는 들어오는 오차다.

 

중요한 것은 기본기, 그리고 전문성.

이런 테스트를 거치면서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된다. 모양이나 형태가 어떻듯,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세라핌의 디자인은 다른 언더카운터 머신에 비해 빼어나게 아름답거나 하지는 않다. 첫 인상은, 뭐라고 해야 할까. 이케아에서 나오는 전등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면이 매력이다.
커피엑스포 행사 때에도 하루에 수백잔을 추출한 적이 있지만, 한 번도 온수 부족 등의 오류는 발생한 적이 없었다. 매장에서 헤드 바리스타가 그 날의 레시피를 세팅하면 사람이 바뀌더라도 어느 정도 일정한 퀄리티를 내어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다. 세팅 후에는 커피를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되니 추출되는 동안 컵을 준비하거나, 주문을 받거나 하는 다른 동작도 할 수 있어 동선도 꽤나 효율적으로 바뀐다. 사실 브루잉을 하기 부담스러워 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리스타 한 명이 온전히 약 5분 정도는 붙들려야 하는 동선의 정체상태를 불러오는 것 때문인데,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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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특징이 과연 세라핌이라서 가능한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른 머신이라도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레시피 조정 및 메모리가 가능하고, 그것을 버튼 하나로 재현할 수 있으며, 많은 잔 수를 소화할 수 있다는 조건을 패스할 수 있는 머신은 많지가 않다. 일반적으로 언더카운터 브루잉 머신의 가격대는 2그룹 기준 약 800만원대 부터 시작하는데 -물론 에스프레소 머신은 더욱 세밀하게 컨트롤이 필요하기에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어 있다. – 이런 기능을 갖춘 머신들은 꽤나 고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세라핌은 중간 정도의 포지션, 1,050만원 정도의 가격대이다.

물론 세라핌과 같은 브루잉 머신은 특히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머신은 아니다. 에스프레소 음료가 주가 되는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아직 브루잉의 비중이 크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고, 이전부터 뿌리깊게 박혀있는 ‘손수 내려주는 핸드드립’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 강하게 남아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브루잉을 꾸준히, 그리고 일관성 있게 내릴 수 있는 숙련자가 부족하거나, 인원이 많이 바뀌는 매장, 바쁘게 돌아가는 매장에서도 브루잉 커피로 아메리카노 대비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 실제 브루잉을 할 수 있는 바리스타 한 명을 고용하는 연봉의 절반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니 인건비 면에선 절약이 된다.

바리스타 입장에서는 사실 이런 자동화 기계들이 등장하는 것은 재앙에 가까울 수도, 또 하나의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다. 어떤 이는 바리스타의 일자리가 저런 기계로 인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할 것이고, 어떤 이는 오히려 저런 머신을 세팅할 수 있는 테크니션으로서 입지를 굳히는 것에 대해 새로운 기회로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후자의 입장을 지지한다. 결국 단순한 오퍼레이팅 업무는 설 자리가 점점 적어지고, 산업의 성숙도가 높아짐으로 인해 점점 테크니션의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아직 전자의 입장을 지지한다면, 다시 생각 Re-imagine하는 것을 권한다. 바 테이블 너머는 생각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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