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 변신이 가능한 드리퍼. 국산의 이름을 떼어 놓고 보아도 흥미롭다.

Text  조영준       Study participant 현성주, 정다래, 조영준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는 국산 브루잉 도구가 있다. 바로 ‘디셈버 드리퍼’. 커피 추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이 도구는 4단계의 유량 조절이 가능한 ‘가변형 드리퍼’를 컨셉으로 개발되었다. 마치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를 조절하듯 드리퍼를 돌려 추출 홀의 갯수를 조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인데, 이를 통해 어떤 변화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다.

 

 

디셈버의 외관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다. 불필요한 장식을 제외하고 기능미를 살린 면은 긍정적이라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몇몇 제품들이 전용 소모품(필터 등)을 사용해 호환성에 어려움을 겪는 것에 비해 기존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칼리타 웨이브 필터(185 사이즈)를 사용하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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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보면 필터가 바닥에 완전 밀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십자 지지대와 홀 채널들을 볼 수 있다. 드리퍼와 하부 판 사이에는 테플론 가스켓이 들어 있어 금속끼리 부딪혀 발생할 수 있는 상처를 막아주고 부드럽게 회전될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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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부의 디테일은 이와 같이 되어 있다. 가운데 축을 기준으로 회전하여 홀의 갯수를 조정한다. 왼쪽-오른쪽 어느 쪽으로 돌려도 눈금에만 잘 맞추면 내가 원하는 홀로 세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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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 판에는 레이저 각인으로 홀의 갯수를 조정할 수 있는 눈금이 비교적 보기 좋게 표시가 되어 있다. 하지만 추출 중 홀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고개를 숙여 기준 눈금을 체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 회전부에 나침반과 같이 바늘로 표시를 하거나 아랫 판이 미러 폴리싱 되어 드리퍼 부분의 눈금이 비쳐 보일 수 있도록 하면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 듯 하다. 또한, 뜨거운 물로 추출한 이후에는 드리퍼가 달아올라 손으로 잡기가 조금 어려운 면이 있었는데, 향후 손잡이 기능이 추가되거나 현 제품에 장착할 수 있는 액세서리가 발매되면 좋겠다.

 

그렇다면 추출은?

 

테스트는 디셈버 드리퍼의 단계별 추출 속도와 그에 따른 영향을 알아보는 것을 중점으로 진행하였다. 플레이버 발현의 기준점을 잡기 위해 유사한 형태를 가진 칼리타 사의 웨이브 드리퍼를 사용하였으며, 사람이 직접 물을 부어줄 때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하리오의 스마트7 브루잉 머신을 활용하여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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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 : 코스타리카 헬사르 데 사르세로 (2.13 로스팅 / 커피몽타주)
– 추출도구 : 하리오 스마트7 (관련 글 보기)
– 레시피
. 커피 : 18g
  . 물 : 270ml
  . 온도 : 93℃
  . 추출 모드 : Auto – A
* 30ml 주수 후 30초 불림, 140ml 1차, 5초 후 50ml 2차, 5초 후 50ml 3차로 총 270ml 주수
* 총 추출 시간 1분 17초
– 방법
. 디셈버 : 추출구를 각 배치 당 하나의 단계(1, 2, 3)로 고정한 상태에서 총 세 가지의 샘플 추출
. 시간 : 기기에서 물이 모두 주수된 후 드리퍼 내부의 물이 모두 추출될 때 까지의 시간 측정
. 농도 및 수율 : 추출이 모두 끝난 후의 커피를 VST 굴절계(버전 3)를 사용해 측정
. 관능평가 : 사전 캘리브레이션이 완료된 세 명의 숙련 패널이 진행

위와 같은 방법을 통해 테스트 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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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제법 흥미로웠다. 8홀을 개방하는 Step 2와 12홀 전체를 개방하는 Step 3이 생각보다 시간과 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맛의 발현에 있어서는 꽤나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먼저 Step 1의 4홀 개방에서는 예상했던 바와 같이 가장 유속이 느렸으며, 추출된 결과물도 다른 배치 대비 진한 – 그리고 많이 우러난 듯한 단 맛을 보여주었다. 이른바 침출의 맛이라 할 수 있겠다. Step 2의 8홀 개방은 세 가지 중 가장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었으며, 부드러운 단 맛을 보여주면서 신 맛의 엣지도 어느 정도 살아 있는 느낌을 보여주었다. Step 3의 12홀 개방은 가장 밝은 톤의 산미를 보여주었으며, 가장 빠른 유속의 탓인지 살짝 맛이 덜 우러난 듯 한 느낌도 보여주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드리퍼 자체가 물이 한 번 머물렀다 나오는 구조이므로 바디 자체는 기존 칼리타 웨이브 대비 크게 떨어지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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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그래서 살 만 한가?

 

이 정도면 살 만 하다. 꽤나 재밌는 시도가 가능한 도구임엔 틀림 없고, 몇 가지 개선점만 보완한다면 충분히 매력있는 드리퍼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브루잉 스타일에 맞추어 적절한 스텝 조절이 이루어 진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앞으로 다양한 레시피의 조합이 나올 것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