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 원은 만만한 도구는 아니다. 쓸 수 있는 사람이 써야 의미가 있다.

Text  조영준


 

트리니티 원 Trinity one 은 호주의 트리니티 커피 Trinity coffee Co. 에서 개발한 올인원 브루잉 툴이다. ‘프레스, 드립, 침출까지 하나의 도구로 해결할 수 있다’ 는 컨셉으로 2015년 킥스타터 펀딩을 시작했다. 나 스스로도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멋진 외관에 끌려 2015년에 펀딩하여 2017년이 되어서야 받아보았으니 햇수로는 약 3년의 기다림이 있었던 셈이다.

마치 하나의 조형물과도 같은 복합적 구조, 나무와 스테인리스가 맞물려 만들어 내는 단단한 만듬새 까지,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받아보게 된 제품은 제법 근사했다. ‘스페셜티 커피를 위한 스페셜한 브루잉 도구’ 라는 창업자 Mark 의 말이 그저 허세만은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그렇다면 과연 이 도구는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고, 어떤 기능이 있으며, 과연 살 만한 물건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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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rce: Trinity one Brewing guide ( https://trinitycoffee.co/pages/brewing-guide )

 

1. 왜 ‘트리니티 원 Trinity One’ 인가?

트리니티 Trinity는 삼위일체 라는 뜻의 영단어이다. 프레스, 침출, 드립의 세 가지 브루잉 메소드를 하나 One 로 합쳐 놓은 제품의 특징에서 이름을 따 온 이름이라 볼 수 있다. 트리니티 원은 크게 세 가지 주요 파츠로 나뉘어져 있다. 본체에 해당하는 브루 챔버(젖병에 사용되는 트라이탄 소재), 위에 올리면 스스로의 무게로 압력을 가하는 프레스 실린더, 열림-잠금을 통해 침출 정도를 조정할 수 있는 그룹 핸들(일종의 포타필터 같은 역할을 한다.)이다.

1) 브루 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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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 챔버는 스테인리스 스틸, 그리고 아메리칸 월넛 나무로 만들어진 스탠드와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 입구는 드립 용의 필터를 꽂을 수 있도록 원추형으로 되어 있으며, 챔버 자체는 트라이탄 소재의 이중 벽 구조로 인해 열 손실을 최소화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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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 챔버를 포함한 본체 스탠드의 무게는 2.83kg이다.

 

 

2) 프레스 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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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 실린더는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누름추이다. 브루 챔버 상단에 체결하게 되어 있으며, 실리콘 가스켓과 일체형인 캡을 먼저 씌운 후 프레스를 올려놓아 추출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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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더의 무게는 2.35kg으로 꽤 무거운 편이다. 이 무게로 인해 일정한 압력으로 프레스를 하게 된다.

 

3) 그룹 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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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핸들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포타필터와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헤드 부분에는 플로우 컨트롤러 Flow Controller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헤드 부분을 돌려 추출구를 열거나 닫아 추출되는 유량을 조절할 수 있다. 이 파트를 완전히 닫아서 침출도 가능하며, 반만 열어 추출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추출 레시피 구성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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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핸들의 무게는 460g으로 에스프레소 머신의 포타필터보다는 가벼운 편이다. 나무로 된 그립도 거친 곳 없이 잘 마감되어 제법 그립감이 좋다.

 

 

2. 직접 사용해 보니

일단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보자. 트리니티 원은 그 캐치프레이즈가 말 해 주듯 프레스, 드립, 침출을 하나의 기구로 할 수 있다. 뿔뿔이 흩어져 있는 도구들을 하나로 합친다는 시도 자체 만으로도 문제 삼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다양한 시도를 가능케 한다는 데에서는 장점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생각해 볼 문제는 ‘스페셜티 커피를 위한 도구’ 란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스페셜티 커피를 위한 도구가 따로 있는가? 있다면 어떤 것-또는 기능의 유무-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 사실 트리니티 원 만이 아닌 최근 쏟아지는 신제품들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질문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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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사용성이다. 어떤 도구라도 한 번 쓰고 찬장에 넣어 놓을 것이 아니라면 청소가 용이해야 좀 더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하리오V60같은 드리퍼는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원초적인 추출 도구라 할 수 있는 프렌치 프레스도 좀 더 청소가 용이한 개선 제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트리니티 원은 정확히 그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중 벽으로 된 브루 챔버는 분리할 수 없으며, 청소를 하려면 뜨거운 물로 헹궈내거나 아예 분해를 해야 한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청소 방법은 실리콘 오링이 달린 엔드 캡을 챔버 안으로 밀어 넣어 내부의 이물질을 긁어 아래로 내려 보내라는 것인데, 그렇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방법다. 별도의 소모품 판매 정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방법은 내구성에 영향을 끼치게 되어 좋은 가이드라고 보기엔 어렵다.
또한, 사용성에 제한이 있기로는 그룹 핸들도 마찬가지다. 정확히는 헤드 부분인데, 기본적인 가이드에서는 에어로프레스용 페이퍼 또는 메탈 필터를 덧대고 그 위에 커피 파우더를 넣는 것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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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일반적으로 바리스타들이 많이 사용하는 UX를 고려하지 않은 면이 하나 눈에 띄는데, 필터를 아래 깔고 브루 챔버에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우더를 넣으면 챔버에 체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바리스타들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포타필터, 그리고 그에 체결된 바스켓에 커피 파우더를 담을 때 미리 파우더를 담고 헤드에 체결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트리니티 원은 이러한 UX를 일정 부분은 차용하면서 일정 부분은 배반한다. 브루 챔버에 체결-분리되는 그룹 핸들은 분명 부드럽게 움직이며 근사하게 체결되지만, 파우더를 넣은 상태에선 이런 동작을 할 수 없다. 이는 챔버가 플로우 컨트롤러보다 작은 구경이어서 홀더 내에 위치한 커피 베드의 두께가 체결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또한, 위에서 보았던 바와 같이 무게가 상당히 무겁다. 일반적으로 브루잉 저울로 많이 사용하는 아카이아 펄이 최대 1kg, 보나비타 스케일이 3kg까지 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트리니티를 위해 전용 미세저울을 구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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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럼에도 구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사실 트리니티 원은 새로운 방식의 드립 도구가 아니며, 오히려 해당 역할을 하는 기존의 제품 -가압을 할 수 있는 에어로프레스, 침출을 할 수 있는 소든, 프렌치프레스 등, 투과식 추출이 가능한 케멕스 등의 드리퍼 등을 가지고 있다면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런 도구들을 하나로 합쳐 놓음으로써 레시피를 다변화 하여 사용할 수 있고, 여러 제품을 놓는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 했듯 청소가 어렵고, 다양한 브루잉 메소드를 다뤄 보지 않은 초보자가 처음부터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물건이다.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니 내가 잘 쓸 수 있다는 자신이 있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고 싶다. 만일 샵에서 사용한다면 다른 브루잉 도구를 구매할 필요 없이 여러 대를 세팅해 놓고 일관성 있게 제공하는 것이 더욱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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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연 영상

#1 – 프레스 방식

 

#2 – 드립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