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640과 PEAK, 써 보니 이 둘은 아예 다른 그라인더다.

Text / 조영준      자료제공 / Ditting Korea(기정인터내셔날)


 

PEAK는 마치 유니콘 같다. 최고의 그라인더라 칭송하지만 어떤 면이 최고인지, 어떤 면이 좋은지는 명확하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면에서.

혹자는 PEAK가 KE640을 위시한 온디맨드 그라인더의 최종 발전형이라 칭하기도 하고, 미분을 획기적으로 줄여 분쇄 입도의 PEAK 가 뾰족하기 때문에 ‘PEAK’ 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에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 과연 그럴까?

언제나 그렇듯, 궁금한 건 풀어보기로 했다. KE640과 PEAK를 같이 사용해 보면서 어떤 점이 다르고, 어떤 점이 개선되었는지를 알아보았다.

 

1# 테스트 환경

테스트는 기정인터내셔날 본사 1층에 위치한 무세띠 바리스타 트레이닝 센터의 협력을 얻어 아래와 같은 환경에서 진행되었다.

  • 그라인더 : KE640 VARIO(미세 조정 버전), PEAK
  • 에스프레소 머신 : La Marzocco GB5 2그룹
  • 커피 : 커피볶는곰 ‘메이플’ 블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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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m

2# 메커니즘 비교

먼저 카탈로그에 표기된 공식 스펙을 살펴보자. 그 중 비교할 만한 점을 꼽아 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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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640 VARIO

  • Motor Power : 0.6kW
  • Grinding disk diameter Φ : 65mm
  • 분쇄도 0.1단위까지 미세조정이 가능한 커피전문가를 위한 전자동 에스프레소 그라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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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K

  • Motor Power : 0.65kW
  • Grinding disk diameter Φ : 80mm
  • Features
    • 새롭게 개발된 80mm 프리미엄 Cast Steel(주강) 칼날 장착
    • 더블 벤틸레이션 시스템으로 저온 그라인딩 구현
    • 그라인더 내부 온도 표시 기능
    • 0.01초 단위로 커피 분쇄량 세팅 가능
    • Stepless 분쇄도 조절판 장착으로 아주 세밀한 분쇄도 세팅 가능

 

PEAK는 KE640 대비 날이 커지고, 힘이 세진 것(0.05kW)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KE640 대비 ‘더블 벤틸레이션’ 기능이 추가되어 저온 그라인딩을 구현했다고 기재되었는데, 과연 그 것이 어떻게 커피 추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위에 이야기 했듯, PEAK는 ‘높은 수율의 커피’ 를 추출하기에 알맞은 그라인더다. 그러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고수율을 구현했는지 간략하게 알아보자.

 

PEAK의 벤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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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Ditting Maschinen AG, All Rights Reserved

벤틸레이션 기능은 그라인더가 작동될 때 모터와 그라인더 챔버를 향한 두 개의 팬이 함께 작동하면서 온도가 과열되지 않도록 식혀 주는 기능이다.

이로 인해 기존 온도(– – –)에서 추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유의미한 정도의 온도 하락폭()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발열로 인한 아로마 손실 방지와 함께 추출 시 커피 파우더가 에스프레소 머신의 그룹헤드와 열평형을 이루는 시간을 좀 더 늘려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열평형이란 뜨거운 물체와 차가운 물체가 서로 접촉을 하게 되면서 시간이 지나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지면, 더 이상 열의 이동이 일어나지 않고 일정한 온도가 유지 되는것을 말한다.(출처 : 두산백과)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가 추출되는 것도 파우더와 온수(그룹헤드)가 열평형을 이루면서 추출이 시작되는데, 만일 파우더가 너무 뜨거운 상태라면 열평형을 이루는 구간이 짧아져 커피가 빠르게 추출됨으로써 커피 맛이 제대로 우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PEAK의 벤틸레이션 기능은 연속 그라인딩 시에도 챔버 내에서 40도 이상 온도가 상승하지 않도록 해 주어 일정한 열평형 구간을 확보함으로 인해 그만큼 더 커피가 많이 우러날 가능성을 갖고 있어 ‘높은 수율을 노리는 그라인더’ 라는 컨셉을 구현하기엔 적절하다 생각된다. 하지만, 그만큼 수율이 높아지게 되면 커피가 가진 다양한 면이 그대로 -그것이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가리지 않고 – 드러나게 되므로 본인이 사용하는 커피에 맞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 벤틸레이션 기능은 사용자 임의대로 on/off가 가능하다.

 

 

PEAK의 분쇄 입도 분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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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Ditting Maschinen AG, All Rights Reserved

 

2013년, 맷 퍼거가 EK43 을 WBC에 들고 나와 시연하면서 이야기 한 ‘수율’ 과 ‘균일한 분쇄’ 는 아직도 유효한 이슈이다. ‘스페셜티 커피를 위한 그라인더’ 로서 PEAK 가 발표되면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부분도 바로 분쇄 입도 분포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결론부터 보자면  KE640 대비 미분이 약간 감소한 것은 맞다.  KE 640의 분포도를 1~10 까지라고 볼 때 3~8 정도로 집중된 분포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사용하는 커피의 볶음도나 종자, 스타일, 환경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으므로 참고 자료로만 보는 것이 적절하다.

 

4# 센서리 경향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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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이제부터가 중요한 대목이다. 우리가 발열을 신경쓰고, 균일한 입자를 신경 쓰는 것은 결국 한 잔의 컵에 담기는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지기 위함일텐데, 과연 이 두 그라인더는 우리에게 어떤 맛을 보여줄까?

우리는 추출 레시피를 아래와 같이 설정하였다. 도징량/추출양은 동일하게 가져가면서 컵에서 서로 비슷한 질감이 나올 수 있도록 분쇄도는 각 그라인더에 맞추어 개별 조정하였다.

추출 레시피(공통) : Dose 20g / Yield 38g

  • KE640 VARIO : 29초

  • PEAK : 32초

  • KE640 정도의 진득한 질감을 얻기 위해 PEAK의 분쇄도를 더 가늘게 조였음.

 

위 레시피를 보고 생각해 보자. 같은 양의 커피를 담아 KE640은 29초, PEAK는 32초가 나왔다. 약 4초의 차이라면 짧지 않은 시간이며, 분명 그 동안 커피가 더 추출되어 텁텁한 질감이 더 강하게 느껴질 것이다 – 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 반대였다. 위 Sensory Curve 에서 볼 수 있듯, 오히려 짧은 시간에 추출이 끝난 KE640이 더욱 자극적이었고, 뒷 맛에 약간 텁텁한 Powdery 질감을 보여주었다. 반면 PEAK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전체적인 톤이 매우 밝게 Bright 표현되었으며, 맛의 스펙트럼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다른 기구에 비교하자면 IMS 바스켓과 VST 바스켓의 느낌이라고 할까, IMS 바스켓으로 추출할 시 맛이 집중되어 강렬하게 느껴지는 느낌과, VST로 추출할 시 전체적으로 산뜻하지만 고르게 잘 우러난 느낌을 두 그라인더에서 받을 수 있었다.

라떼로 만들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KE640이 좀 더 진득하고 크림치즈같은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면, PEAK는 화사하고 산뜻한, 깔끔한 라떼를 맛 볼 수 있었다.

 

5# 결론

처음에는 반신반의한 느낌이었으나 이제는 확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두 그라인더는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지향점이 각자 명확하다.

물론 PEAK가 최신 기종으로서 가져갈 수 있는 편의기능(파우더 튐 방지, 바리스타 라이트 등)은 잘 확보되어 있지만, KE640도 컨셉이 명확한 좋은 그라인더이다. 각자가 추구하는 커피가 어떤 것인지에 따라 맞추어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PEAK는 되려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맛을 많이 드러내 준다는 것은 말 그대로  안 좋은 면도 더 부각될 수 있음을 뜻한다. Garbage in, Garbage out 이다.

사용하면서 느낀 것은 로스터와 바리스타의 실력 – 로스팅 시 얼마나 잘 Develop 된 커피인지, 얼마나 적절하게 추출했는지- 이 그대로 드러나게 되는 그라인더라는 것이다.

새로운 기물들이 우리의 작업을 좀 더 편하게 해 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기물들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사람도 점점 발전이 필요해지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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