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터기를 구입하여 설치하려고 한다.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할까?
어떤 로스터가 내가 의도하는 맛을 잘 끌어내는지도 중요하지만, 제반 환경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매장 내부로 들어오는 가스의 용량을 확인하고, 원활한 배기를 위해 연통을 설치하며, 이 모든 것을 수행하면서도 도심의 건물들 사이에서 민원을 최소화 해야 비로소 내 맛을 낼 준비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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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볶는곰은 지금의 매장 자리(강남구 대치동 학원가)를 선택 할 때 한 가지 장점이 있었다. 기존에 반찬가게를 하던 자리여서 옥상까지 자바라 연통이 연결되어 있고, 옥상에 브로워가 설치 되어 있어 별도의 배기를 위한 공사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항상 현실은 생각지 않았던 변수의 연속이다. 얄궃게도 계약 후 건물주 어르신의 변심으로 옥상까지의 연통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연통은 건물 옆으로 바로 연기가 나가도록 마무리 했으나, 이제는 마음을 졸이며 민원이 들어오지 않기만을 기도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대신 실내에서 외부로 나가는 연통은 4번이 넘게 꺾이지 않도록 길을 만들어 총 4M 이하로 설치했다.  매장 크기 상 애프터 버너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사이클론에서 연통을 외부까지 바로 연결하는 자연배기 방식을 택하였다. 최대한 짧게, 그리고 적게 꺾이도록 한 것도 많이 꺾이거나 연통이 길면 길수록 안에 잔여물이 남아 탁한 맛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후 로스팅 프로파일을 잡으며 다른 로스터기를 사용하시는 분들과 블라인드 테스트로 로스팅 스터디를 해 본 결과 현재의 상황에선 클린컵이 좋지 않은-탁한 맛이 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기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후 클린컵을 개선하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다.

  • 로스팅에서의 일정함을 유지하기 위한 배기는 사용에 따라 얼마나 변화하는 것일까?
  • 같은 커피를 다른 스타일로 로스팅 해도 일정한 탁함(이런 탁하고 둔한 맛이 바디로 오해되기도 한다.)이 있다면?
  • ‘이 로스터기는 원래 그런 맛을 내는 기계’ 라고 팔짱을 끼고 그냥 써야만 하는걸까?
  • 결과물의 뉘앙스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전체적인 배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주로 개선할 내용은 아래 세 가지로 꼽아 보았다.

  1. 연통을 사이클론에서 분리하고 덕트를 설치한다.
  2. 덕트의 말단에 브로워를 설치하여 강제 배기 환경으로 만든다.
  3. 사이클론 단계에 풍속계를 설치하여 배기 풍속의 변화치를 측정한다.
    – 이를 통해 청소가 필요한 시점을 체크하고, 날씨에 따른 배기 풍속의 변화의 패턴을 비교해 본다.

이 중 연통을 사이클론에서 분리하는 작업을 먼저 거치고 나머지를 진행하였다.

  1. 덕트는 총 3번의 변경 작업을 거쳤다. 
    1) 사각의 덕트를 설치하고 덕트의 상부에서 다시 배기를 당긴다.

    2) 사각의 덕트를 수정하여 덕트의 측면부에서 다시 배기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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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각 틀을 제거하여 깔대기 모양으로 덕트 흡입부를 수정하고, 사선 방향으로 수정해 다시 배기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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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브로워는 마력수를 상위 모델로 변경하여 당기는 힘을 더 강하게 조절하였다.

  3. 풍속계를 사용하여 로스팅시 댐퍼의 조절 레인지를 기준으로 잡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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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드릭 로스터는 댐퍼를 세 단계 – 20%, 50%, 90% 개방- 로 조절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폐쇄’ 라고 하는 20% 개방의 경우 300Pa 이하로 떨어지면 전체적으로 커피의 클린컵이 떨어지는 것이 감지되었다. 이후 300Pa 대로 풍속이 떨어지면 사이클론과 배기관을 청소하는 시점으로 설정하였다.

 

또한, 연속 로스팅 시 커피볶는곰에서 사용하는 디드릭 2.5T는 풀 배치 로스팅으로  3회가 넘으면 채프통이 반 이상 차게 된다. 이 상태에서 풍속을 측정하면 10Pa 이상의 편차가 생기는 것을 확인하고, 연속 3회 로스팅 후에는 채프 통을 비워주는 프로세스를 추가하였다.

이렇게 측정과 개선, 관리를 해 준 결과를 커핑, 에스프레소, 브루잉 등 다양한 방법으로 테스트를 진행하였더니 이전보다 클린컵이 좋아지고, 로스팅 결과물도 균일해 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같은 로스터기도 같은 프로파일도 다른 결과물을 줄수 있다.
우리가 있는 환경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변수가 굉장히 많다.  조금씩 더 나은 커피를 하기 위한 곰네에서의 배기 개선작업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